그러나 메시지가 지워졌다고 해서 지워낼 > 기타문의

그러나 메시지가 지워졌다고 해서 지워낼 수 있는 게 아니다.극 중 가장 비열한 인생을 사는 종훈조차 아란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그래서 강재가 부정에게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그 마음을 엿보게 되는 이 장면은 <인간실격>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게 얼마나 연민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JTBC 드라마 <인간실격> 10회 미선의 대사 중"너는 아줌마들한테 공사치는 거, 그거 죽기보다 싫어하는데 하기 싫은 거 안 해서 좋고."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어그러나 그들은 죽음의 공간이었던 '저수지'가 매개가 되어 재회를 앞두고 있고.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이들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만남은 매번 우리들의 마음을 해일처럼 울렁이게 만든다.이제 강재에겐, 그녀에 관한 것은 핸드폰에조차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눈은 항상 저기, 멀리 가 있고부정과의 톡 메시지를 지우며 그녀와 마주쳤던 얼마 안되는 빈약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곱씹는 장면은 그 별것 아니었던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그의 삶에서 얼마나 소중했던 찰나였는지를 드라마는 꼼꼼히 복기시킨다.그래서 나는 그의 슬픔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슬프다.그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되지 못한 강재의 슬픔은, 대낮에도 형광등을 켜야만 하는 '일조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엄마의 집을 찾아갔을 때 극대화된다.아란(박지영)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는 종훈은 차라리 이 일이 이렇게 없던 일로 되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그리고 왜, 정우의 일이 그렇게 궁금했는지.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조차 그녀로 채워지는 것이다.어린 시절, 엄마가 옆에 있어도 엄마에게 가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던 강재는 마침내 허공이 아닌 부정이라는 존재에게로 시선을 맞춘다. 그녀에게 '무엇이 되고 싶다'.하지만 자신을 사찰한 종훈(류지훈)에 의해 "그 여자를 만나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된다.그렇게 그들은 서로, 각자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간다.그러나 강재의 엄마인 미선은 아들의 밥상에 올려줄 음식을 매번 준비하지 못한다. 그것은 그들 사이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야 했던 무엇인가가 부재했다는 뜻일 게다. 그렇게 강재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조차 부재한 인간이다.아무리 가까이서 차근차근 봐도그리고JTBC 드라마 <인간실격> 10회'먹는다'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생존임과 동시에, 문화다. 가족이라면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상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아빠가 좋아하는,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가난한 집안이라도 말이다. 그 음식을 통해 가족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역사가 형성된다.그러나 강재는 그들이 관계 속에 얽혀 희로애락을 드러낼 동안, 혼자 가만히 있는다. 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윤명환 서울대 산업시스템혁신연구소장(산업공학과 교수)이 2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팀을 이뤄 함께 일하는 ‘공진화(co-evolution)’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중심이 되고 AI는 사람을 보조하거나 강화하는 ‘휴먼 인 더 루프’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아무리 좋은 인공지능(AI) 모델이 있어도 인간과 AI가 함께 팀을 이뤄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과 AI의 공진화(co-evolution)입니다.”25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산업시스템혁신연구소에서 만난 윤명환 소장(산업공학과 교수)은 “산업 현장에서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소장이 말하는 공진화는 AI와 인간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학습하면서 결정하는 관계임을 뜻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AI도 절차적 합리성과 신뢰 갖춰야산업시스템혁신연구소는 산업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연구하는 곳이다. 새로운 기술이 실제 사회와 산업 현장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기술이 작동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일하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탐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 AI 및 AI 에이전트 시대에 인간과 AI의 공진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생성형 AI가 주목받으면서 산업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 소장은 AI 접목이 힘든 이유로 절차적 합리성과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좋은 AI 시스템이 있어도 사람이 신뢰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그는 “예를 들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기계를 4대 사라고 해도 그 결정을 쉽게 따를 수 없을 것”이라며 “왜 4대인지, 결정의 근거가 뭔지 따지는 절차적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그는 공진화를 강조했다. 공진화는 생물학에서 유래한 단어로 사람과 기술이 함께